마스크팩 뒤집어서 전성분표 한번 보신 적 있으세요? 앞쪽엔 늘 보이는 정제수, 글리세린 다음에 낯선 이름들이 쭉 나오는데, 그중에 유독 자주 보이는 이름이 하나 있어요.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 줄여서 HAP라고 부르는 성분이에요. 마스크팩뿐 아니라 세럼, 로션, 크림까지 꽤 넓게 쓰이는데, 정작 이게 왜 이렇게 자주 보이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더라고요. 원료 전문가 시각에서 한번 뜯어볼게요.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 정확히 뭔가요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CAS 99-93-4)은 아세토페논 계열의 방향족 케톤에 하이드록시기가 붙은 페놀성 화합물이에요. INCI 표기 그대로 “Hydroxyacetophenone”이라고 쓰고, 국내 화장품 성분사전(KCIA)에는 산화방지제로 등록돼 있습니다.
화학적으로는 구조가 단순한 편인데, 실제 기능은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가 겹쳐 있어서 “멀티 기능성 원료”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요.
세 가지 기능이 한 번에 들어있습니다
- 방부 보강(Preservative Booster) — 단독으로는 항균력이 약한 편이지만, 페녹시에탄올·에칠헥실글리세린 같은 기존 방부제와 함께 쓰면 방부 효과를 끌어올려줍니다. 강한 방부제 농도를 낮추면서도 방부력은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에요. (여기서 잠깐! 페녹시에탄올과의 조합은 스킨케어보다는 물티슈 등에서 많이 보인답니다.)
- 항산화 — 페놀 구조 덕분에 활성산소를 붙잡아서 제형 자체의 산화(변색·변취)를 막아줍니다. 포뮬러 안정화가 1차 목적이지만, 피부에 발랐을 때도 2차적인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 진정 — COX-2 효소 억제를 통해 피부 자극을 완화하는 기전이 보고돼 있어서, 민감성 피부용 제품에 자주 들어갑니다.
근데 왜 하필 마스크팩에 이렇게 많이 들어가나
시트마스크·하이드로겔 마스크는 에센스가 제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 그대로 “물 범벅” 제형이에요. 수분 함량이 높을수록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라, 방부 부담이 제일 큰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마스크팩은 특성상 피부에 비교적 오랫동안 성분이 닿아있는 제형이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적은 양으로도 방부 효과를 내면서 자극은 덜한 원료를 고르는 게 중요해요. 강한 방부제 농도를 최대한 낮추고 생긴 공백을 HAP 같은 방부 보강제가 메워주는 구조입니다. 강한 방부제는 최소 농도만 넣고, HAP가 그 효력을 끌어올려주는 거죠. 그래서 “저자극 방부”를 내세우는 마스크팩 전성분표를 보면, HAP가 앞쪽(=상대적으로 높은 농도)에 있는 경우를 꽤 자주 봅니다.
안전성과 사용 농도
미국 CIR(Cosmetic Ingredient Review) 전문가 패널은 리브온·린스오프 제품 모두에서 최대 5%까지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어요. 실제 사용 농도는 이보다 훨씬 낮아서 0.00068%~5% 범위로 다양하고, 방부 보강이 목적이면 보통 0.5% 내외로도 충분합니다.
국내 식약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배합한도 성분 목록에는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이 별도로 등재돼 있지 않아요. 즉 파라벤류나 페녹시에탄올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상한선이 있는 성분은 아니고, 브랜드가 CIR 권고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쓰는 성분입니다.
| 성분 | 국내 배합한도 | 비고 |
|---|---|---|
| 파라벤류(메칠파라벤 등) | 있음 (단일 0.4%, 혼합 0.8%) | 배합한도 성분 목록 등재 |
| 페녹시에탄올 | 있음 (1%) | 배합한도 성분 목록 등재 |
|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HAP) | 별도 상한 없음 | CIR 권고 최대 5%, 국내 배합한도 목록 미등재 |
최근엔 미백 관련 연구도 나오고 있어요 (다만 아직은)
2025년 ACS Omega에 실린 논문에서는 4-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이 타이로시나제 활성을 억제해서 미백(항색소침착) 가능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2% 농도 기준). 방부·항산화·진정에 이어 새로운 기능성 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다만 이건 아직 연구 단계의 결과예요. 나이아신아마이드처럼 식약처가 미백 기능성화장품 고시 성분으로 지정한 게 아니라서, 지금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에 “미백 효과”라고 표기해서 팔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임상 데이터가 더 쌓이는지 지켜볼 지점이에요.
원료는 누가 만드나
| 구분 | 회사 / 브랜드 |
|---|---|
| 브랜드 원료 | Symrise(독일, SymSave® H — 2013년 개발), Seqens(프랑스, AdvensProtect HAP) |
| 범용 원료 | CAS 99-93-4 자체는 흔히 쓰이는 정밀화학 물질이라, 브랜드 없이 벌크로 유통하는 화학사도 많습니다 |
FYI, 제가 원료 업계에서 본 바로는 몇 년 전부터 중국산 HAP도 많이 늘고 있어요. 예전엔 품질 이슈 때문에 유럽 브랜드 원료사를 고집하는 제조사가 많았는데, 요즘은 중국산 품질도 꽤 올라와서 국내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 제조사들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까?
사실 한국 시장에서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같은 방부제는 안 쓰인 지 꽤 됐죠. 요즘 스킨케어에서 보이는 HAP 조합은 크게 ① HAP + 1,2-헥산다이올, ② HAP + 에칠헥실글리세린 이 두 가지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방부 부스팅 원료를 더 추가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규모가 큰 제조사(AP·LG·콜마·코스맥스 등)는 단일 성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앞서 언급한 Symrise社의 SymSave® H 같은 유럽사 브랜드 원료가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어요. 반면 중소 규모 제조사들은 복합 성분으로 조합된 원료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이런 복합 원료를 판매하는 국내 원료사로는 액티브온(Activnol), 인투바이오(Hydrocide)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제품에 들어있나
화해 앱으로 직접 검색해보니 2026년 9월 14일 기준 약 28,691개 제품이 나오더라고요.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형은 마스크팩으로 5,773개였고, 그중에서도 시트마스크가 3,866개로 제일 많았습니다. 업계에서 들은 바로는 최근 하이드로겔 마스크 제형의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HAP 니즈도 같이 강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원료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니즈가 커지면 shortage 우려가 있어서 재고 비축에 꽤 신경 쓰고 있다고 해요.
정리
-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HAP)은 방부 보강·항산화·진정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진 다기능 원료입니다.
- 수분 함량이 높아 방부 부담이 큰 마스크팩에서, 강한 방부제 농도를 낮추면서도 방부력을 유지하는 용도로 자주 쓰입니다.
- CIR 기준 최대 5%까지 안전하며, 국내 식약처 배합한도 성분 목록에는 별도로 등재돼 있지 않습니다.
- 미백(타이로시나제 억제) 관련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식약처 미백 기능성 고시 성분은 아닙니다.
참고
- CIR (Cosmetic Ingredient Review) Hydroxyacetophenone 안전성 평가 결론
- 4‑Hydroxyacetophenone is an Antipigmentation Reagent via Inhibiting Tyrosinase Activity, ACS Omega (2025)
- Seqens AdvensProtect HAP 제품 정보
- Symrise SymSave® H 제품 정보
- 한국 화장품성분사전(KCIA)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 항목
- COOS(쿠스)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 성분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