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엔 원료 업계가 “다음 PDRN”으로 찜해둔 성분, PDLLA 화장품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찾아보니까 해외 업계 매체들도 “2024~2025년이 PDRN·리쥬란의 시대였다면 2026년엔 PDLLA다”라고 콕 집어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 봐요.
PDLLA?
PDLLA(Poly-D,L-lactic acid)는 젖산이 사슬처럼 이어진 생분해성 합성 고분자예요. L형·D형 젖산을 섞어 만들어서 비결정질 구조고, 몸속에서 서서히 가수분해되면서 물이랑 이산화탄소로 분해됩니다.
사실 이 소재 자체는 하나도 안 새로워요. 흡수성 봉합사, 의료용 임플란트에 오래전부터 써온 물질이거든요. 미용 쪽에서는 PLLA(스컬트라 계열)가 먼저 자리 잡았고, PDLLA는 그 사촌 같은 버전이에요. 입자 크기·분해 속도를 다르게 잡아서 “결절이 덜 생기고 좀 더 예측 가능하게 분해된다”는 걸 내세우죠.
왜 지금 “NEXT PDRN”인가
패턴이 PDRN 때랑 똑같아서 좀 웃겨요.
- 시술로 먼저 자리 잡는다 — 콜라겐 유도 스킨부스터/필러로 병원에서 먼저 씁니다.
- PDRN이 시장에 포화되면서 다음 스토리를 찾는다 — 다들 “그다음”이 필요했던 거죠.
- 시술 성분이 화장품으로 내려온다 — PDRN이 세럼으로 내려왔던 것처럼, PDLLA도 벌써 바르는 제품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국내 시술 화장품 브랜드 “쥬베룩”이 이미 “PDLLA 프로텍팅 크림/마스크팩”을 냈습니다.
원료 쪽 일을 하다 보면 이 사이클이 이제 낯설지가 않아요. 시술 성분 → 화제성 → 화장품 크로스오버. PDRN 다음 주자가 PDLLA인 거죠.
FYI) 여기서 약간 딴소리를 더해보자면, 요즘 원료 트렌드는 크게 두 갈래로 가는 것 같아요.
- 시술 성분 → 화장품 크로스오버 (PDRN, PDLLA가 여기 속해요)
- 건기식 성분 → 화장품 크로스오버 (코큐텐, 멜라토닌, 뮤신 등)
건기식-코스메틱 성분 관련해서는 다른 글에서 따로 한번 다뤄볼게요!
어떻게 쓰이고 있나
지금 PDLLA를 제일 많이 쓰는 데는 화장품이 아니라 시술이에요. 대표적인 게 위에서 언급했던 쥬베룩(Juvelook) — 한국 회사 VAIM Global이 만든 주사형 스킨부스터로, PDLLA 미세입자(42.5mg)랑 비가교 히알루론산(7.5mg)을 섞었습니다. 국내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랑 유럽 CE 인증은 받았는데, 미국은 아직이에요.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10~4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PDLLA 입자를 진피에 넣으면, 몸이 이걸 이물질로 인식해서 대식세포가 몰려들고, 그 과정에서 섬유아세포가 자극돼서 콜라겐이 만들어져요. 히알루론산은 그동안 보습·볼륨을 즉각 채워주는 역할이고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PDLLA 함유 제품 : 여기서는 PDLLA가 아니라 PLA(Polylactic-Acid) 로 표기되어 있네요.
참고) PDLLA는 PLA의 종류 중 하나로, 더 큰 범주인 PLA는 락틱산(Lactic Acid)으로 만든 폴리머, PDLLA는 D-락타이드 + L-락타이드를 1:1 비율로 공중합한 형태 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INCI(국제 화장품 성분 명칭법)에 PLA만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일것으로 추측됩니다.
원료 입장에서 드는 근본적인 의문
수많은 원료 자료를 봐온 입장으로서는 과연 진정으로 피부에 효능을 전달할 수 있는 성분으로 작용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우선 PDLLA의 콜라겐 유도 효과는 미세 입자를 진피 안에 직접 심어서, 몸이 그걸 서서히 없애는 과정 자체에서 나옵니다. 쉽게 말하면 “이물질을 넣고, 없어지는 동안 생기는 반응”이 핵심 기전이에요.
근데 바르는 크림이 이 과정을 재현할 수가 있을까요? 크림 바른다고 고분자 미세입자가 진피까지 들어가서 몇 달에 걸쳐 분해되는 일은 안 일어나거든요. PDRN도 “분자가 너무 커서 장벽을 못 뚫는다”는 침투 논란이 있었는데, PDLLA는 한 술 더 떠서 애초에 “이식”을 전제로 설계된 소재예요. 실제로 어떤 약사분이 이 크림 보고 SNS에 “특이점이 뭔지 모르겠다”고 쓴 것도 딱 이 지점을 짚은 거고요.
물론 화장품용으로는 입자를 더 작게 만들거나 다른 제형 기술을 써서 “각질층 정도까지는 도달한다” 식으로 설계할 수는 있겠죠. 근데 그게 시술 수준의 콜라겐 유도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아직 없어요.
이 원료는 누가 만드나
| 구분 | 회사 |
|---|---|
| 의료용 PDLLA 원료(폴리머 자체) | Corbion(네덜란드, PURASORB®), Evonik(독일, RESOMER®) — 둘 다 의약품·의료기기용 생분해성 고분자 전문 회사예요 |
| 완제품(시술용) | VAIM Global(한국, 쥬베룩) |
| 화장품 크로스오버 | 닥터 리쥬올 등 더마코스메틱 브랜드가 초기 진입 중 |
재밌는 게, 원료 공급망이 PDRN이랑 아예 달라요. PDRN은 퍼스널케어 전문 원료사들이 취급하는데, PDLLA는 원래 제약·의료기기용 고분자 회사에서 나온 물질이라 화장품 원료로 정제·가공하는 단계가 따로 필요합니다.
이번 원료 전시회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2026’에서도 PDLLA를 찾으러 오신 브랜드사 BM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저도 “의약품·의료기기용으로만 공급되고 있어서, 화장품 등급으로 정제된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안내드리겠습니다”라고밖에 답할 수 없었습니다 🥲
원료 업계 시각의 전망
- 시술 시장에서는 계속 클 것 같아요. PDRN·PN 다음 세대 스킨부스터로 이미 자리 잡는 중이거든요.
- 화장품 크로스오버는 아직 진짜 초기예요. PDRN보다도 기전상 설명하기가 더 어려운 소재라서, “이름값만 붙이는 제품”이랑 “진짜 입자 전달 기술을 개발하는 곳”으로 갈릴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화장품용으로 가공한 PDLLA가 각질층 이상 어디까지 가는지를 실제로 증명하는 곳이 나오느냐예요. 그전까지는.. 솔직히 “시술 성분 이름만 빌린 마케팅”에 가깝다고 봐요.
정리
- PDLLA는 생분해성 합성 고분자로, 진피에 주입해 콜라겐을 유도하는 시술(쥬베룩 등)에서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 PDRN 열풍 다음 트렌드로 화장품 업계가 주목 중이고, 크로스오버 제품(PDLLA 크림 및 마스크팩)도 이미 나왔어요.
- 콜라겐 유도 기전 자체가 “미세입자를 진피에 심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바르는 제품이 같은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 원료 공급망은 PDRN과 달리 제약·의료기기용 고분자 회사(Corbion, Evonik)에서 시작돼요.
참고
- Poly-d,l-lactic Acid (PDLLA) Application in Dermatology: A Literature Review. PMC
- Poly-D,L-Lactic Acid Filler Increases Extracellular Matrix by Modulating Macrophages and Adipose-Derived Stem Cells in Aged Animal Skin. PMC
- Juvelook(VAIM Global) 제품 정보 및 MFDS·CE 인증 현황
- Corbion PURASORB® / Evonik RESOMER® 생분해성 고분자 제품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