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PDRN, 연어를 대체할 수 있을까?

PDRN이 뜨자마자 “식물성 PDRN”이 우르르 나왔습니다. 연어 대신 장미, 인삼, 병풀에서 뽑았다는 원료들이죠. 비건이라 깨끗하고, 연어보다 낫다는 뉘앙스까지 붙습니다. 원료를 수입·공급하는 입장에서 이게 진짜 대안인지, 아니면 트렌드에 올라탄 이름표인지 정리했습니다.

<식물성 PDRN> 이 정확히 뭔가

연어·송어 정소에서 DNA를 뽑는 대신, 인삼(부정근), 작약(캘러스), 장미, 병풀, 쑥갓 같은 식물에서 뉴클레오타이드 사슬을 추출한 원료입니다. 식물세포배양·캘러스 배양·부정근 배양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잘게 잘라 저분자로 맞춥니다. 전성분에는 보통 “Sodium DNA” 혹은 “Hydrolyzed DNA” 형태로 적힙니다.

왜 지금 폭발하나

  • 시장이 커졌다 — PDRN 세계시장은 매년 40%대로 성장해 2030년 1조 원대가 전망됩니다. 파이가 커지니 원료사들이 앞다퉈 진입합니다.
  • 비건·클린뷰티 인증 수요 — 동물 유래를 뺀 원료가 마케팅·수출에서 유리합니다.
  • 어류 알레르기 회피 — 연어·송어 유래는 생선 알레르기 리스크가 있습니다.
  • 수급·ESG 리스크 — 연어 정소 물량은 어획에 의존하고 기후 영향을 받습니다.
  • 규제 반사이익 — 동물성 PDRN 화장품 과대광고가 대거 적발되자, “우린 식물이라 깨끗하다”는 포지셔닝이 먹힙니다.

이걸 신사업으로 미는 원료사들은 크게 현대바이오랜드, 수이케이, 엔비바이오 등 입니다. 특히 현대바이오랜드는 2023년 신소재파트를 만들어 식물성 PDRN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 5% 수준인 PDRN 매출 비중을 5년 내 20%까지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장미 추출 PDRN은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브랜드의 50만 원대 크림에도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BIO-FD&C도 연어·송어에 이어 장미 유래 PDRN 생산을 알렸고, 제주 병풀 유산균 기반 비건 PDRN도 나왔습니다.

근거는 어디까지 있나

  • 인삼(부정근) 유래 — 세포 실험과 3D 인공피부에서 A2A 수용체 활성화, 각질세포·섬유아세포 증식, 재상피화 촉진이 보고됨.
  • 작약 캘러스 유래 저분자 — 사람 섬유아세포에서 콜라겐 축적 증가, 항노화 잠재력.
  • 여러 식물 비교 — 추출 수율·순도는 쑥갓이 가장 높았고 브로콜리가 그다음, 상처치유 효능도 확인.
  • 장미 —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같이 들어와 “주름·탄력 부가 효능”을 소구.

문제는 이 데이터가 거의 전부 전임상(세포·동물·인공피부)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은 사실상 없고, “정말 A2A 수용체로 작동한다”는 것도 대부분 가설 수준입니다. 애초에 바르는 PDRN(동물이든 식물이든)의 피부 침투·인체 효과 자체가 논쟁 중인데, 식물성은 그 위에 데이터가 더 얇습니다.

  • 이름부터 애매하다 — PDRN은 polydeoxyribonucleotide, 즉 DNA 조각입니다. 식물 유래는 RNA가 섞이거나 분자량이 커서 엄밀히는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성 PDRN”은 규격이 아니라 마케팅 명칭입니다.
  • 스펙을 안 깐다 — 분자량·순도·함량 표준이 없습니다. “식물성 PDRN 함유”만으로는 실체를 알 수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INCI도 동물성 / 식물성 모두 동일하게 Sodium DNA로 소구 가능할 수 있습니다.)
  • 비건과 효과는 다른 축 — 동물을 안 썼다는 게 피부에서 더 잘 듣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인간도 동물..! 가끔은 동물성 원료와 더 잘 맞을 때도 많아요, 그러나 Vegan마케팅은 소구가 어려워지겠죠.)
  • 규제는 똑같다 — 화장품에 “재생·재생성”을 못 쓰는 건 원료가 식물이든 연어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원가 — 식물세포·캘러스 배양은 공정비가 높습니다. 그래서 식물성 PDRN은 주로 고가 라인에 들어갑니다.

브랜드사에 원료를 소개하면서 느꼈던 두 가지 방향을 소개해드릴게요. PDRN을 다루는 방향이 뚜렷하게 둘로 갈리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 “클린뷰티·비건” 정체성을 내세우는 브랜드

이쪽은 그냥 식물성 PDRN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소재와 결합된 걸 찾습니다. 쌀 PDRN, 장미 PDRN, 바나나 PDRN, 해조류 PDRN처럼요. 재미있는 건 이런 원료들의 INCI 표기가 대개 Sodium DNA 또는 Hydrolyzed DNA인데, 이게 동물성 PDRN과 표기가 똑같습니다. (INCI 명칭 체계는 원료가 어느 생물종에서 왔는지(연어인지, 청어인지, 식물인지)를 구분해서 표기하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전성분표만 봐서는 연어 유래인지 쌀 유래인지 구분이 안 되는 거죠.

효능 데이터로만 보면 이 선택은 불리합니다. 동물성 PDRN은 상처 치유·관절 주사 등 의약품으로 실제 쓰이며 데이터가 쌓여 있는 반면, 식물성은 아직 그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브랜드들이 식물성을 택하는 이유는 효능이 아니라 어류 알레르기 우려, 그리고 동물성 원료에 대한 종교적·윤리적 거부감(할랄, 비건 인증 이슈)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효능보다 정체성이 우선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번째 : 반대로 동물성(연어 등) PDRN만 고집하는 브랜드

이쪽은 “주사가 아니라 발라서도 침투가 더 잘 되게 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최근 ‘더마코스메틱’ 컨셉이 뜨면서 “진짜 효과 있는 화장품”을 내세우는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 중 한 곳에서는 실제로 “저희는 식물성 PDRN은 검토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직접 들은 적도 있습니다. 식물성이 주는 피부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서인데, 이것도 결국 “피부과 대신 집에서 쓸 수 있는, 진짜 효과 있는 화장품”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선택입니다.

즉 둘 다 “효능”보다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먼저인 결정입니다. 다만 원료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하나를 추천하라면.. 저는 효능 데이터가 실제로 쌓여 있는 동물성 PDRN 쪽을 선택할 것 같네요. (저는 강경 효능파이기 때문..) 물론 이건 지금 시점의 판단입니다. 식물성 PDRN도 사람을 대상으로 효과가 확실히 있다는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이 추천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 화장품·항노화 시장에서는 식물성 PDRN 점유율이 계속 올라갈 겁니다. 비건·ESG·수급 안정이라는 구조적 이점이 크고, 특히 프리미엄·수출 라인에서 유리합니다.
  • 의료·시술 영역은 당분간 임상 데이터를 쌓아둔 연어 PDRN·PN이 우위를 지킵니다. 여기를 뚫으려면 식물성도 사람 임상이 필요합니다.
  • 변곡점은 “인체 임상으로 연어와 동등한 효과를 처음 입증하는 식물성 원료사”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그전까지는 “합리적인 대안이되, 근거는 따라잡는 중”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정리

  • 식물성 PDRN은 인삼·작약·장미 등에서 뽑은 뉴클레오타이드 원료로, 비건·수급·알레르기 이슈의 대안입니다.
  • 효능 데이터는 대부분 전임상이고, 연어 PDRN과 사람 피부에서 동등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 “식물성 PDRN”은 엄밀한 규격이 아니라 마케팅 명칭에 가깝고, 화장품 표현 규제는 연어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고를 때는 “식물성”이라는 라벨보다 분자량·함량 정보와 과장 광고 여부를 봅니다.

참고

  • Skin Regeneration and Barrier-Improvement Efficacy of PDRN Isolated from Panax Ginseng Adventitious Root. PMC
  • Anti-Aging Efficacy of Low-Molecular-Weight PDRN Derived from Paeonia lactiflora. PMC
  • 다양한 식물에서의 PDRN 추출 수율 비교 및 상처치유 효능 분석. KCI
  • First Report on Microbial-Derived Polydeoxyribonucleotide. PMC (2025)
  • “임상·가격 앞선 연어, 트렌드 선도 식물…PDRN 시장 격돌”, 팜이데일리
  • “식물성 피부재생 원료로 매출 2000억 목표” (현대바이오랜드), 한국경제 / APP저널
  • “피부 재생 효과 PDRN…연어·송어 이어 장미서도 생산”, BIO-FD&C
  • “제주 병풀 유산균 기반 비건 PDRN”, 코스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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