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가 절대 안 알려주는 용어 사전 (화장품 성분표 보는법)

여러분은 화장품을 구매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저는 업계에서 일하기 전엔 사실 주변에서 좋다고 소문난 화장품, 혹은 패키지가 예쁜 화장품, ‘미백효능’ ‘콜라겐’ 같은 대표적인 화장품 문구에 끌려 인기있다는 로드샵 (제가 학생때는 에뛰드나 토니모리같은 로드샵이 성행하던 때.. ) 제품 위주로 골라 구매했던 것 같아요.

특히, ‘무첨가’, ‘저자극’, ‘피부과 테스트 완료’ 같은 문구들이 박혀있으면 그래도 내 피부에 나쁘지는 않겠거니, 맹신하며 구매한 경우도 많았답니다. 그런데 화장품 원료 업계에 들어와서 화장품 성분표 보는법을 터득하게 되고, 우리가 화장품 패키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들이 어떠한 연유로 강조되게 되었는지를 알게되면서 화장품을 고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런 표현 대부분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정의된 게 아니라서, 브랜드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지가 꽤 커요. 원료를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은 이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게 보이는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기 어렵죠. 그래서 오늘은 화장품 라벨·광고에서 자주 보이지만 진짜 의미는 잘 모르는 용어들을 하나씩 정리해봤습니다.

1부. 마케팅 문구의 함정

<무방부제, 방부제 FREE>

실제로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은 화장품이라면, 그 화장품은 아주 단기간 내에 산화되고 부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무방부제’라는 표시가 방부 역할을 하는 원료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방부제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방부 역할을 하는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예전에는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같은 방부제를 쓴 화장품이 많았지만, 자극성 논란 이후로는 이 둘을 배제하고 대신 1,2-헥산다이올, 에칠헥실글리세린 같은 원료들을 조합해서 방부 역할을 대신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 원료들이 정확히 뭐고 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조합해서 쓰는지는 무방부제 화장품 성분 — 방부제는 아닌데 방부 역할을 하는 진짜 주역들 – ThinKitty Play 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정리하면, 무방부제라고 해서 방부제가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다른 용도로 등록된 원료가 방부 역할까지 겸하는 것이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자극>

‘저자극’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나 시험법이 강제되는 건 아니에요. 브랜드 자체 테스트로 ‘자극이 적다’고 판단하면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 표현만 보고 민감성 피부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전성분표를 같이 보는 게 안전해요.

애초에 ‘무자극’이라는 표현은 화장품법상 쓸 수 없는 과대광고에 해당해요 (어떤 성분이든 특정 개인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브랜드들은 ‘무자극’ 대신 ‘저자극’이라는, 상대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씁니다. 실제로 ‘저자극’ 테스트는 보통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첩포시험(patch test) 정도인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브랜드가 비용을 지불해 의뢰한 사설 시험기관 결과라 공신력 있는 제3의 검증 절차는 아니에요. 라벨의 ‘저자극’ 문구보다는, 알코올·특정 계면활성제·향료 같은 자극 유발 가능성이 알려진 성분이 전성분표 앞쪽에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게 더 신뢰할 수 있는 판단 기준입니다.

<피부과 테스트 완료>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떤 조건에서 테스트했는지가 핵심인데 이 디테일은 라벨에 잘 안 나와요. 임상 인원이 10명이든 100명이든 “테스트 완료”라는 문구 자체는 똑같이 쓸 수 있다는 점, 알아두면 좋습니다.

이 문구도 마찬가지로, 어떤 ‘종류’의 테스트인지가 안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보통은 ‘피부자극테스트(1회성 첩포시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 테스트는 보통 브랜드가 비용을 지불하고 의뢰한 민간 시험기관에서 진행되고,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의무도 없어요. 즉 ‘테스트를 거쳤다’는 사실 자체는 맞지만, 그 테스트가 얼마나 엄격했는지는 소비자가 알 방법이 없는 구조인 거죠.

그렇지만 아예 무의미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제품을 사서 뜯어 발라보기 전까지는 자극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 테스트를 완료한 제품이라는 필터를 하나 정도 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봐요.

<천연 유래>

“유래”라는 단어가 핵심이에요. 천연 원료에서 ‘유래’했다는 거지, 최종 성분이 천연 그대로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전체 제품에서 그 천연 유래 성분이 몇 %인지는 표시 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0.1%만 들어가 있어도 “천연 유래 성분 함유”라고 마케팅할 수 있어요.

여기에 ‘유기농’, ‘천연 화장품’이라는 표현까지 섞이면 더 헷갈려요. 국내에도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기준’이 있긴 하지만, 이 인증을 받지 않고도 ‘천연’이라는 단어 자체는 비교적 자유롭게 마케팅에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COSMOS나 ECOCERT 같은 국제 인증마크가 붙어있다면, 실제로 천연·유기농 원료 비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라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요. 즉, 문구보다는 ‘인증마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훨씬 정확한 판별법입니다. (실제로 화장품 제조사에서 원료 문의가 올 때 이 마크들을 가지고 있는 원료여야 한다면서 찾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2부. 화장품 성분표 읽는 법

순서가 곧 함량이다 (단, 예외 있음)

전성분표는 원칙적으로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나열돼요. 근데 1% 이하로 들어간 성분들은 순서를 섞어서 표기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뒤쪽에 나열된 성분들의 순서만으로 함량을 비교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요.

‘향료(Fragrance)’ 뒤에 숨는 것들

향료는 여러 화학물질의 혼합물인데, 이걸 세부적으로 다 공개할 의무는 없어서 ‘향료’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표기되는 경우가 많아요.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지정된 특정 성분(예: 리모넨, 리날룰 등)은 일정 함량 이상이면 별도 표기하게 되어 있지만, 그 기준 이하라면 ‘향료’ 안에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무향료’와 ‘무향’은 다른 말이에요. ‘무향료’는 향료 자체를 넣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무향’은 향이 안 난다는 뜻일 뿐 오히려 원료 특유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마스킹용 향료가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무향’을 내는 ‘향료’가 있다는 뜻이에요). 향에 예민하신 분들은 ‘무향’보다 ‘무향료’ 표기를 확인하시는 게 더 정확해요.

농도는 왜 안 적혀있을까

대부분의 성분은 농도를 표시할 의무가 없어요. 예외적으로 특정 기능성 성분(자외선 차단 성분 등 일부)만 함량 표시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고요. 그래서 “고농도 함유”라는 광고 카피가 있어도, 실제 몇 %인지는 브랜드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추출물 99% 함유”의 함정 — ppm 단위 이야기

가끔 “달팽이추출물 99% 함유”처럼 압도적인 숫자가 적힌 제품을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이때 이 99%는 ‘추출물’ 자체의 농도지, 전체 제품에서 그 추출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에요. 실제로 그 추출물이 전체 제형에는 1~2%, 심하면 그 이하로만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효능 추출물이나 액티브성분이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에요.. 🥲)

더 나아가 일부 유효 성분은 ppm(parts per million, 100만분의 1) 단위로 첨가되는 경우도 있어요. 1,000ppm이 겨우 0.1%라는 걸 감안하면, 감이 오실 거예요. 이 정도 농도로는 ‘함유’라는 표시 자체는 거짓이 아니지만, 실제 피부에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원료명이 마케팅 포인트로 크게 강조되어 있을수록, 전성분표에서 그 원료가 실제로 어디쯤(앞쪽/중간/뒤쪽) 있는지 확인해보시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3부. 자주 헷갈리는 용어 페어

세라마이드 vs 유사세라마이드

진짜 ‘세라마이드’는 정해진 화학구조를 가진 지질 성분이고, ‘유사세라마이드’는 세라마이드와 비슷한 기능을 하도록 만든 합성 성분이에요. 효과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성분표에 “세라마이드”라고만 쓰여있어도 실제로는 유사세라마이드인 경우가 있어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세라마이드 종류 구별법 글에서 다뤘어요.)

계면활성제 = 나쁜 것?

계면활성제는 세정력을 만드는 필수 성분이지, 그 자체로 나쁜 성분은 아니에요. 다만 종류에 따라 세정력과 자극도가 천차만별이라, ‘계면활성제 무첨가’보다는 ‘어떤 계면활성제가 들어갔는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에요.

계면활성제는 크게 음이온성·양이온성·비이온성·양쪽성으로 나뉘는데, 세정 제품에 흔히 쓰이는 황산계 계면활성제(소듐라우릴설페이트 등)는 세정력이 강한 대신 자극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아미노산계나 베타인계 계면활성제는 세정력은 조금 약해도 순한 편으로 알려져 있어요. ‘계면활성제 무첨가’라는 문구에 집착하기보다, 어떤 계열의 계면활성제인지 이름을 확인하는 게 훨씬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알코올프리 vs 알코올 무첨가

화장품에서 말하는 ‘알코올’은 대부분 에탄올(휘발성 알코올)을 뜻해요. 그런데 세틸알코올, 스테아릴알코올 같은 ‘지방족 알코올’은 화학적으로는 알코올이지만 피부 자극과는 결이 달라서, 이런 성분이 들어가도 “알코올프리”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에 더해, 에탄올 자체가 무조건 나쁜 성분도 아니에요. 사용감을 가볍게 하거나 다른 성분의 용해를 돕고, 방부를 보조하는 역할도 하거든요. 다만 에탄올 비중이 높으면 건조함이나 자극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서 기피되는 것뿐이라, ‘알코올=무조건 피해야 할 성분’이라는 공식보다는 본인 피부 타입에 맞는지를 보는 게 더 정확한 접근이에요.

화장품 성분표 (진짜) 보는법 마무리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속았다’기보다는, 표시 규정 자체가 세부 정보까지 강제하지는 않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소비자가 스스로 전성분표를 읽는 눈을 기르는 게 결국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앞으로도 헷갈리는 용어나 궁금한 성분이 있다면, 하나씩 짚어드리는 글로 계속 찾아올게요.

참고

→ 화장품 회사가 절대 알려주지 않는 요즘 잘나가는 원료의 비하인드 스토리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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